창가에 꽃아 둔 하얀 소국이 향기를 뿜어내며
가을 빛살을 받아드리며 다소곳하게 앉아 엷은 미소를 띠고 있습니다.

해안 순환도로에 늘어선 벚나무는 차 지붕을 덮칠 것처럼 뻗어있고
넘실대는 파도는 가슴을 확 트이게 합니다.

길가에 서서 고혹적인 아름다움으로 지나는 행인들의 눈길을
받고 있는 칸나도,  어쩌다 남아있는  코스모스도 오늘만큼은
내 발길을 잡지는 못합니다.

바닷가 작은 오솔길 옆에 피어있을
해국이 혹여나 다 져버렸을까봐 조급해 하며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아직도 그 자리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해국
바닷가에서 거친 바람과 물보라를 맞아야만 꽃을 피우는 해국은
어느 천재 예술가와 닮았습니다.
해국은 아무 곳에서나 자라지 않습니다.
가을이면 지천으로 피어나는 들국화들과는 격이 다르답니다.
나태한 비둘기처럼 기후조건이나 일조량만 맞으면 대충 피어나는 꽃이 아니기에
해국은 나에게 소중한 꽃입니다.

나는 오늘 아침
쪽빛 스웨타 위에 긴 끈으로 묶여진 도장인둣 목걸인듯 예술품 한 점을
목에 걸고 해안 길을 걸었습니다.

그 도장인듯 목걸인듯한 예술품 새기려면 어찌해야 하나요?  ^.*
어느 미대생이 갖고 싶어하네요.